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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그 모든 게 무의미하진 않을 겁니다.”

정순오, 「북부 변경백 막내는 혁명가」 中

   | 줄거리

   혁명가 마노흐는 동료였던 일리야의 배신으로 인해 붙잡혀 처형당한다. 그런데 환생한 가문이 혁명군을 박살 냈던 북부의 베나토르라니. 그는 백작위를 계승해 일리야에게 복수하고 혁명을 다시 일으키기로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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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계 너머 의미를 찾아서

   마노흐는 귀족이 지배하는 세상을 갈아엎으려는 혁명가면서도 귀족 신분을 가진 후작가의 일원이다. ‘모두가 평등한 세상’, ‘모두가 꿈을 펼칠 수 있는 세상’을 위해 혁명을 일으키면서도, (비록 사생아지만) 자의적으로나 타의적으로나 귀족이라는 신분의 혜택을 받는 자이기도 하다. 그는 이분법적으로 나눠지는 이데올로기의 경계에서 계속 방황한다. 동지였던 이들을 배신하고 처형 집행인이 된 일리야는 그러한 모순적인 지점을 노려 마노흐를 설득한다. 재능이 있어도 자신을 감추고 살 수밖에 없는 사생아의 지위로, 이전처럼 ‘말라 죽어’ 가는 처지로 돌아가고 싶지 않은 마노흐가 제안을 거절했지만 말이다.

   결국 처형당한 그는 이후 ‘온전한 혈통’, 즉 사생아가 아닌 귀족의 적법한 자녀로 환생한다. 이때 ‘혁명의 부활’을 이뤄내겠다고 다짐하는 그에게서는 배신자 일리야를 향한 복수심도 엿보인다. 혁명에 가담한 이유에 (거창한 대의보다) 개인으로서 받고 싶은 인정 욕구가 더 크게 작용했음을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사생아라는 틀에 가려진 스스로의 능력을 인정받고, 더 나아가 하나의 인격체로 인정받기를 원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가 ‘체자레’로 태어나는 순간, ‘마노흐’로 살아가는 평생 원했던 것을 이뤘다고도 볼 수 있다. 실제로 체자레는 피난 가는 난민 행렬을 보기 전까지 전생에서 그토록 원했던 ‘혁명’을 후순위로 미루고 있었다.

   마노흐는 혁명을 위해 목숨까지 바쳤지만, (아무리 혁명을 부활시키기 위해서라고는 해도) 높은 신분과 무력을 지닌 ‘푸른 혈통’ 베나토르 가문에서 환생한 것을 기껍게 여기기도 한다. 신분제로 인한 차별에 분노하면서도 그 차별이 주는 이득은 거부하지 않는다. 이러한 아이러니를 통해 캐릭터의 입체적인 모습이 더욱 두드러진다. 하지만 그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난민들의 비참한 현실을 목격한 후 체자레는 자신이 진정으로 바랐던 ‘혁명’에 대해 다시 생각하며, 자신뿐만 아니라 수많은 사람이 더 나아질 수 있는 방향을 고민하고 실행한다.

   체자레가 이루고자 하는 혁명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변화를 위한 발돋움은 막 내딛어졌다. 물론 여정은 ‘험난한 길이 될 것’이다. 그러나 그 과정에 ‘무수한 실패와 좌절’이 있더라도, ‘모든 게 무의미하진 않을 거’라고 확신한다.

D. 김유주   W. 김유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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