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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우리는 석탑을 하나씩 쌓아야만 살아갈 수 있는 겁니까

조주형, 「내 머리를 내어줍니다, 당신의 머리를 건네주세요」 中

   | 창작 의도

   돌을 쌓으며 소원을 비는 사람이 있다. 소원은 석탑 아래에 깔려 있는데, 석탑은 사람들의 소원이 많아짐에 따라 버거워진다. 결국 석탑은 사람들의 머리 위에 자신을 올리기 시작한다. 우리는 석탑을 하나씩 쌓아야만 살아갈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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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계 속의 무게 중심과 그 흔들림

   절이나 산행길에서 혹은 아무런 전설도 전해지지 않는 강가에서 종종 돌이 탑처럼 쌓여 있는 광경을 볼 수 있다. 다양한 형태의 크고 작은 돌이 서로를 무게 중심 삼아 솟아 있는데, 우리는 그 위에 또 하나의 돌을 올려놓는다. 나의 바람을 돌에 일임하며 한결 편안해진 기분으로 돌아섰을 때 등 뒤에서 그것이 우르르 무너지는 소리가 들린다면 어떨까. 내가 위태로워 보이지 않았냐는 외침이 들려올 때 우리는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까.

   보통 사물을 통해 소원 비는 행위를 이상하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우리는 정말 사물에만 자신의 바람을 전가할까. 「내 머리를 내어줍니다. 당신의 머리를 건네주세요」는 이 지점을 지나치지 않고 상기시킨다. “석탑은 점점 버거워”지고 결국 “사람들의 정수리에 돌 하나씩 얹어졌다”라는 것은 우리가 소원을 비는 대상이 변한 것이다. 하지만 버거워도 버겁다고 말할 수 없는 사물에서 나와 동일한 인간에게로 변했는데도 우리는 이전에 석탑을 대하던 것과 똑같이 사람을 대한다.

   관계를 맺는 동시에 우리는 계산을 한다. 거리를 두고 서로가 어떤 관계로 매듭지어지길 원하고 있는지 파악한다. 그리고 상대와 사이가 가까워질수록 어떤 바람을 갖게 된다. 가령 나와 친밀하게 지낼 만한 이는 어떤 모습을 갖춰야 하고 그가 기준에 부합할 수 있을지. 부합한다면 내가 그를 통해 얻을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 그것을 받고 있는지. 그것이 물질적인 것이든 안정이나 즐거움, 애정, 동기부여, 지혜와 같은 정서적인 것이든 우리는 은연중에 사람에게 기대라는 것을 하게 된다. 그렇지만 막연히 바라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상대방에게 나 또한 무엇인가 줄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을 은연중에 알아야만 관계가 지속되리라 안심할 수 있다. “모두가 쓰러지지 않게 쌓는 법을 익히고” 있기에 타자와 관계 맺기 위한 모종의 계산식이 우리에게는 너무나 자연스럽다. 어쩌면 그렇게 하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는 필수불 가결한 거래가 이루어진 것이다.

   하지만 소망, 기대, 책임, 부채 등 여러 이름으로 부를 수 있는 돌이 과중되면 무게 중심이 흔들린다. 버티는 사람이 언제까지고 버틸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그렇기에 우리는 어린아이가 “무너질 것 같아 보여”라고 말하듯 석탑에게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서로에게 어떤 짐을 지어주고 있는지. 그 짐을 쌓아 올린 존재와 무거운 돌 밑에 깔린 것이 무엇인지. 해당 작품을 통해서 “그 흩어짐을” 목격할 수 있기를 바란다.

D. 박정현, 홍준기   W. 박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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